지난 16일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진 故 주석중 교수의 장남인 주현영씨는 최근 부친의 유품을 정리하다 어려운 일이 있었지만, 아버지가 평소에 사용하던 만년필로 직접 쓴 몇 개의 기도문을 발견했습니다. 이를 통해 그는 "완벽한 의료 혁신과 돌봄을 제공하고 싶었지만, 내 힘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하나님의 도움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그렇게 적어놓으셨나 보다"고 추억을 떠올렸습니다.
故 주석중 교수의 장남인 주현영씨는 유족 대표로 추모자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그는 27일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받아, 아버지의 장례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아버지가 평소 어떤 분이셨는지 얘기해주시고, 진심 어린 애도를 해주셔서, 가족들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라며 애도한 분들에게 감사를 표했습니다.
주씨는 아버지(故 주석중 교수)의 연구실에서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찾았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목메는 경험을 다시 한번 겪었습니다. 주씨는 "책상 서랍 여기저기, 그리고 책상 아래 한 쪽에 놓인 박스에는 라면 스프가 수도 없이 버려져 있었습니다. 제대로 식사할 시간을 내기도 어려워서, 아니면 그 시간조차 아까워서 연구실 건너 의국에서 생라면을 가져와 면만 부숴 드시고 스프는 그렇게 버려두셨나 보다"며 고통스러움을 표현했습니다. 그러면서 "오직 환자를 보는 일과 연구에만 전심전력을 다하시고, 자신의 건강을 소홀히 여기셨던 아버지의 모습이 그대로 느껴져서 너무나 가슴 아팠습니다.
방금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나가신 것 같은 옷과 책상 위 서류들, 몇 개의 메스와 걸려 있는 가운 등은 금방이라도 다시 돌아올 것 같은데,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슬프고 그리워서 마음이 텅 빈 것 같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빈소에는, 주 교수로부터 치료를 받은 수많은 환자들이 찾아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주씨는 "아버지 빈소가 마련된 첫날, 펑펑 울면서 찾아온 젊은 부부가 있었습니다. 갑작스러운 대동맥 박리로 여러 병원을 전전하였으나, 어려운 수술이라 모두가 기피하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아버지께서 집도하여 새로운 생명을 얻으셨다고 하며 너무나 안타깝고 슬퍼했습니다."라며 "아무리 위험한 수술이라도 '내가 저 환자를 수술하지 않으면, 저 환자는 죽는다는 생각이 들면 내가 감당해야지. 어떻게 하겠냐'고 '확률이나 데이터 같은 것이 무슨 대수냐'고 그러셨던 아버지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버지께서는, 너무나 힘들고 긴장되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심장 수술에 정성을 다해 도와주신 많은 분들께 늘 고맙다"며 "마음을 말로 표현하는 데 능한 분이 아니셔서, 아버지의 진심이 전해지지 못했다면, 이렇게나마 아버지의 뜻을 전해 드리고 싶다"고 거듭 감사함을 표했습니다.
주씨는 아버지인 주 교수가, 얼마 전 당신의 운명을 예감하듯이 어머니께 "나는 지금껏 원 없이 살았다. 수많은 환자들을 수술했고, 잘 됐고, 여러 가지 새로운 수술 방법도 좋았고, 하고 싶은 연구도 하고, 쓰고 싶었던 논문도 많이 썼다. 하나님께서 내려주신 소명을 다한 듯하여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주씨는 "많은 분들께서, 저희 아버지를 누구보다 따뜻하고 순수한 가슴을 지닌 사람으로 기억해 주셨습니다."며 "여러분이 기억해 주신 아버지의 모습과 삶의 방식을 가슴에 새기고, 부족하지만 절반만이라도 아버지처럼 살도록 노력하겠다"며, 고인을 추모했습니다.